김포 신곡수중보는 철거되어야 합니다.
한강의 물길을 복원해야 합니다.
물은 고이면 썩는 것이 동서고금의 진리입니다. 김포에 있는 신곡수중보를 철거하고 한강의 물길을 복원해야 합니다. 한강은 수천, 수만 년 동안 열려 있었던 생태계의 보고입니다.
김포시는 지난 십여 년 동안 신곡수중보 존치에 문제를 제기해 왔습니다. 서울시도 정부에 신곡수중보 철거 TF(테스크포스) 구성을 요청한 바 있고 연구용역도 진행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후보 시절 ‘서울시가 신곡보 개방·철거를 추진하면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히셨습니다. 또한, 환경부(수질)와 국토부(수량)로 나뉜 물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하고 4대강 보 개방도 지시하셨습니다. 적극 지지하고 환영합니다.
물을 가두는 4대강 선도사업이 경인아라뱃길이었다면 신곡수중보 철거는 4대강의 물길을 열고 자연생태를 회복하는 첫 걸음입니다.
신곡수중보는 1980년대 한강종합개발계획 당시 바닷물 유입 방지와 농업용수의 안정적 공급을 이유로 1988년 6월에 설치된 총 길이 1,007m의 보입니다.
그러나 29년이 지난 지금 물의 흐름이 느려지고 퇴적물이 쌓이면서 수질악화로 한강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한강하구는 바닷물과 강물이 섞이는 기수역으로 물고기와 새의 종류가 다양했지만 지금은 생태계가 단순화 됐습니다.
퇴적물이 쌓이면서 매년 준설을 해야 하고 우기 때는 홍수피해를 걱정하는 실정입니다. 농업용수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신곡양배수장은 신곡수중보가 없었던 94년 전부터 이미 한강의 물을 논에 대왔습니다.
한강이 4대강 중 유일하게 하굿둑이 없다고 말하지만 신곡수중보가 물길을 막고 있습니다. 신곡수중보의 철거는 물길의 복원입니다. 자연의 복원입니다. 남북관계 복원의 첫 단추도 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우리 김포시는 남북관계 경색으로 잠시 멈췄던 한강하구 생태, 물길 조사와 선박 항행 사업도 재추진합니다.
김포 한강하구는 DMZ(비무장지대)가 아닙니다. 휴전선 유일의 지뢰가 없는 중립지역입니다. 남북한이 화해와 협력의 첫 물꼬를 틀 수 있는 유일한 곳입니다.
1953년 한국전쟁이 멈춘 뒤 남과 북 사이에 155마일 휴전선이 생겼습니다. 휴전선으로부터 남북으로 각각 2km 구역은 군사 충돌 압력이 높은 비무장지대(DMZ)입니다. DMZ 일대에는 사람을 살상하는 지뢰가 200만 발 이상이 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정전협정 제1조 제5항에도 나와 있듯이 김포~강화간 한강하구 수역은 비무장지대가 아닙니다. 수천 년 동안 그러했듯이 전쟁 뒤에도 남북한 구분 없이 서로의 민간 선박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자기 측의 육지에 배를 대는 것도 제한받지 않습니다.
한강하구는 휴전선의 유일한 중립지역입니다. 남과 북이 단절 없이 물길로 자유롭게 만날 수 있습니다. 남북 대치가 길어지면서 민간 선박의 항행도 줄어들었고 이곳이 비무장지대가 아닌 중립지역이라는 사실은 최근에서야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수천 년 동안 수많은 배들이 머물며 쉬어갔던 유도(留島, 머무르섬)가 있는 한강하구에서 화해와 협력, 평화와 통일, 번영을 위한 첫 물꼬를 틀 수 있습니다.
갈등과 두려움을 떨쳐내고 수십 년 간 확인할 수 없었던 한강하구의 생태, 물길의 남북한 공동 조사를 재추진합니다. 민간 선박의 항행 사업도 다시 추진합니다. 하구의 퇴적물을 걷어 물길을 복원해 홍수의 위험을 낮추고 어종 등 생태계의 다양성도 찾아야 합니다. 그 일을 김포의 한강하구에서 시작합니다.
신곡수중보 철거, 한강 물길 복원과 함께 한강하구 남북공동 생태, 물길 조사, 선박 항행 사업에도 평화를 염원하는 모든 분들의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2017년 5월 26일
김포시장 유영록